몇만 원짜리 비트코인 채굴기, 진짜로 캘 수 있을까
핵심 요약
쇼핑몰에서 파는 몇만 원짜리 USB 채굴기로 비트코인을 캘 확률을 계산해보고, 실제로 200달러대 DIY 채굴기가 블록을 캐낸 사례, 그리고 전세계 채굴기가 동시에 꺼지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몇만 원짜리 USB 채굴기 사면 나도 비트코인 캘 수 있나요?” 의외로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확률만 놓고 보면 로또에 가깝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비트코인 전체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약 900 EH/s(초당 9×10^20회 연산) 수준입니다. 쇼핑몰에서 파는 몇만 원짜리 USB 채굴기는 대개 초당 몇 기가해시(GH/s) 수준에 불과해, 네트워크 전체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먼지 한 톨입니다.
확률을 숫자로 계산해보면
블록을 찾을 확률은 단순하게 “내 해시레이트 ÷ 전체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로 근사할 수 있습니다. 취미용 채굴기 중 그나마 성능이 좋은 편인 1TH/s(1조 해시/초)급 장치를 기준으로 잡아도, 900 EH/s 네트워크에서 내 비중은 약 11억분의 1 수준입니다. 비트코인은 평균 10분마다 블록 하나가 생기니 하루 144개꼴인데, 이 장치 하나로 블록을 하나 찾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계산하면 대략 1만7천 년이 나옵니다. 쇼핑몰에서 흔히 파는 “몇만 원”짜리 저가 USB 장치는 이보다 성능이 훨씬 낮은 경우가 많아, 사실상 평생 걸려도 못 찾는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캐낸 사람들이 있다
로또 확률이라고 해서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2024년 2월 10일, 오픈소스 DIY 채굴기 ‘비트엑스(Bitaxe)‘를 쓰던 한 채굴자가 883,181번 블록을 캐내 3.15 BTC(당시 시세로 약 30만8천 달러)를 얻었습니다. 같은 해 7월 24일에는 500GH/s급 비트엑스 서프라(Bitaxe Supra) 한 대로 853,742번 블록을 캐내 3.192 BTC(약 21만 달러)를 받은 사례도 있었는데, 비트엑스 기기로는 처음 성공한 사례로 화제가 됐습니다. 다만 지난 10년간 채굴된 약 85만9천 개 블록 중 개인 솔로 채굴자가 캐낸 블록은 290개 정도로 추산됩니다. 극히 드문 “당첨” 사례가 뉴스가 될 만큼 희귀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성공 사례의 장비도 200달러(약 27만 원)대 비트엑스였지, 국내 쇼핑몰의 “몇만 원”짜리 장난감 수준 USB 장치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전세계 채굴기가 동시에 꺼지면, 내가 다 먹을 수 있나
흥미로운 가정입니다. 비트코인 난이도는 2,016블록(약 2주)마다 자동으로 재조정되는데, 이전 2,016블록을 캐는 데 실제로 걸린 시간을 기준으로 다음 난이도가 정해집니다. 한 번에 조정 가능한 폭은 최대 4배(올리거나 내리거나)로 제한돼 있습니다. 만약 세상의 다른 채굴기가 전부 정전으로 꺼지고 내 몇만 원짜리 장치만 살아남는다면, 경쟁자가 없으니 이론적으로는 언젠가 내가 모든 블록을 다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언젠가”가 아주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난이도가 즉시 낮아지는 게 아니라 기존의 높은 난이도가 그대로 유지된 채로, 내 미미한 해시파워로 다음 2,016블록을 다 캐낼 때까지 기다려야 다음 조정이 이뤄집니다. 900 EH/s에서 내 장치 수준까지 난이도가 따라 내려오려면, 한 번에 최대 4배씩 낮아지는 조정을 십수 번은 거쳐야 하는 수준이라 계산상 수개월~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해시파워 격차가 너무 크면 다음 블록 자체가 사실상 나오지 않아 조정 주기가 한없이 늘어지는 “정체”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정리
몇만 원짜리 USB 채굴기로 비트코인을 캐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지만, 기대값으로 보면 전기요금만 까먹는 게 정상입니다. 실제 성공 사례들은 극소수의 “로또 당첨”일 뿐, 재테크 수단으로 접근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채굴의 구조와 확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장비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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