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를 견뎌 경쟁사를 무너뜨린 반도체 치킨게임
핵심 요약
2007~2012년, D램 가격이 원가 밑으로 떨어지는데도 생산을 멈추지 않은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는 결국 파산했습니다. '반도체 치킨게임'의 실제 결말입니다.
자동차 두 대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게임, ‘치킨게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D램 반도체 업계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핸들을 꺾는 대신 다들 적자를 감수하며 계속 물량을 쏟아냈다는 것입니다.
대만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며 시작된 D램 가격 폭락은 2007년 한 해에만 약 85%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가격은 원가 밑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버티기 싸움이 된 이유
2007~2008년 D램 1Gb DDR2 칩 가격은 개당 약 10달러에서 2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위 업체들은 생산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밀어붙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다만 이게 “경쟁사를 파산시키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는 없고, 결과를 지켜본 업계 분석가와 언론이 붙인 해석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재무 체력이 가장 튼튼했던 회사가 버티기 싸움에서 유리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무너진 회사들
이 버티기 싸움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독일의 키몬다(Qimonda, 인피니온의 D램 부문이 분사한 회사)는 정부 구제금융 시도까지 실패한 끝에 2009년 1월 23일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세계 5위 D램 업체였습니다. 대만 업체들(난야, 이노테라, 파워칩 등)도 합쳐서 약 4,310억 대만달러(약 129억 달러)의 부채를 짊어졌고, 파워칩은 아예 D램 사업을 접었습니다. 일본의 엘피다(Elpida)도 결국 2012년 2월 27일 파산했는데, 당시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습니다. 이후 마이크론이 약 25억 달러에 엘피다를 인수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과점
싸움이 끝난 뒤 시장은 완전히 재편됐습니다. 2012년 1분기 기준 삼성전자 40.8%, SK하이닉스 24.2%로 두 회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흡수하며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가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D램 시장을 이 세 회사가 90%대 점유율로 나눠 갖고 있는 배경이 바로 이 치킨게임입니다.
정리
반도체 산업이 왜 이렇게 소수 회사에 집중돼 있는지 궁금했다면, 답은 2007~2012년의 이 버티기 싸움에 있습니다. 값싸게 팔아 경쟁사를 밀어내는 전략은 결국 시장을 과점 구조로 만들었고, 그 구조가 지금 AI 반도체 시대의 공급 부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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