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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테이블코인법(지니어스법) 통과, 원화는 어떻게 되나

핵심 요약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법으로 밀어주기 시작하자,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니어스법이 정확히 뭐고, 원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했습니다.

2025년 10월 2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두렵다.” 한 나라의 통화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꽤 솔직한 표현입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한 배경에는 몇 달 전 미국에서 통과된 법 하나가 있습니다.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미국 최초로 달러 스테이블코인(달러에 가격이 고정된 코인)을 정식 규율하는 연방법입니다. 이 법이 원화를 직접 규제하지는 않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더 믿을 만하고 편리한 자산으로 만들면서 한국 돈이 국경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를 넓히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니어스법이 정한 것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반드시 주(state)나 연방 규제기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코인을 1개 찍어낼 때마다 현금이나 단기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1달러어치씩 반드시 준비해두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정부가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것처럼 오해할 만한 이름을 쓰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믿고 써도 되는 디지털 달러”라는 인증서를 국가가 직접 발급해준 셈입니다. 이 덕분에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은행 계좌 없이도 전 세계 어디서나 훨씬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돈이 됐습니다.

원화는 이미 새고 있었다

문제는 이 흐름이 한국에서는 이미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를 기준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5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8개월 연속으로 해외 거래소로 나간 스테이블코인이 국내로 들어온 것보다 많았습니다. 이 기간 누적 순유출액은 총 14조 9,246억 원, 월평균으로는 8,291억 원에 달합니다. 국내 투자자가 원화로 USDT·USDC를 산 뒤, 국내에서는 살 수 없는 해외 거래소의 고위험 상품(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종목에 수십 배 레버리지를 거는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도가 지니어스법으로 더 높아질수록, 이 흐름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두렵다”고까지 말한 이유

이창용 총재는 이보다 앞선 2025년 7월 1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포럼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그는 “지니어스법 통과 이후 국내 핀테크 업계가 비은행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면 오히려 달러 코인으로의 환전을 더 쉽게 만들어, 자본이 오가는 것을 관리하는 규제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화주권을 지키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해 그 반대”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026년 9월 3일 낸 보고서(BOK 이슈노트)에서도, 해외 거래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통화로 바로 사고팔 수 있게 될수록 코인 시장의 수요 변화가 실제 원/달러 환율에 옮겨붙는 정도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의 대응 카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초기에는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다만 은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한국은행과, 핀테크 기업에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금융위원회 사이에 이견이 남아 있어 최종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습니다.

정리

지니어스법은 원화를 겨냥한 법이 아니라 미국 국내법입니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면서, 이미 매달 수천억 원씩 국경을 넘나들던 원화 유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 반작용으로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빨라지고 있지만, 발행을 누구에게 맡길지를 둘러싼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정책과 시장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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